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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경험담 일본유학기

2달간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문법책, 그리고 얻은 것(1)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지금까지 본 몇 안 되는 일본 영화가 이 두 개였다. 
나는 특별히 일본 문화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스스로 일본 영화나 만화, 드라마를 찾아서 보는 일은 전혀 없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일본어 시간에 유명한 일본 만화영화들을 많이 보기는 했지만, 그것 또한 일본어를 거의 모르는 상황에서 자막도 없이 본 것이었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이제 일본 행이 약 두 세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집중 공부를 위해 반복해서 들어야 할 작품을 정 하기 위해서는, 재미있게 접했던 것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듣기를 위한 작품을 무엇으로 결정할지를 고민해야 했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그나마 제대로 본 적이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의 만화영화 중 2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였다.

서둘러 두 만화영화의 CD를 구한 나는, 두 편의 영화를 다시 한 번씩 보고 둘 중에 무엇으로 할지 고민해 봤다. 다시 보니 두 편 다 처음에 보았을 때 보다 더 재미있어서 결정하기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너무 단순하게도, 순전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인공 하쿠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인공 하울이 더 잘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후자를 선택했다.
물론 재미있기는 하지만, 수도 없이 보다 보면 지겨워질 수도 있고,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조금 더 잘생긴 사람을 보는 재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봤다. 자막도 없이 봤다. 처음 몇 일 간은 영상도 같이 봤다. 
하지만 열 번 이상 보니 계속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지겨워져서, 틀어놓고 밥도 먹고 반신욕도 하면서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3번씩 정도는 봤다. 영상을 안 본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해서 ‘들었다’. 
그러한 매일이 약 두 달 간 계속되었고, 적어도 10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일본어 나오는 대로 계속 듣다가, 나중에 따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게 되면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따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늘어났고, 표현도 통째로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그대로 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만 해서는 일본어 실력이 계속 높아질 수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일본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언어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 단어가 무슨 단어인지, 그 문장이 무슨 뜻인지, 그 구문이 뭘 말하고 있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일본어에 접할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문법은 몰랐기 때문에 일단 기초 일본어 책을 한 두 권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점에 가서 기초 일본어 책들을 ‘구경’하면서, 나와 있는 모든 책을 다 확인 해 봤다. 그 중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한 권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길벗 출판사에서 나온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한국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일본어 선생님이 쓴 책으로, 안의 설명에 ‘제목대로 무조건 따라하기만 하고, 문법은 외우려고 하지 말라’고 써져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야말로 내가 원하던 책이야!” 라고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고 바로 구입했다. 
그날부터 CD를 들으면서 ‘무작정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권. 물론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에도 문법 설명도 나와있고, 그 책만으로도 충분히 기초를 다질 수 있지만, 나는 바로 일본어 시험을 쳐야 하는 만큼, 문법이 약간은 설명되어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알기 쉽게, 지루하지 않게’ 문법 설명이 되어 있는 책을 찾아본 결과, 시사일본어사 에서 나온 ‘일본어 문법책’을 발견, 바로 구매했다. 얇고 가벼운 책에 기초 문법이 설명되어 있는 책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기초 일본어 책들은 거의 대부분 그림이 많고, 회화가 약간 써져 있고 그 회화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나는 그런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책들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내 공부 스타일이 맞지 않았을 뿐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지 않은 책 두 권을 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일본어 문법책’은 말 그대로 ‘문법책’이었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외우라고 나오는 줄줄 써져 있는 단어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그러한 부분을 전부 무시하고, 문법 용어(오단동사, 형용동사 등)도 무시했다. 그리고 급기야 숫자에 관련되어 외워야 할 단어들(수량 형용사)마저도 무시했다. 
내가 무슨 자신감이 있어서 무시한 것이 아니라, 그 단어들을 외우려고 하다 보면 다시 재미가 없어지고, 능률도 떨어질 것 같아서 그렇게 한 것이다. 나는 이 책 두 권을 그냥 부담 없이 두 번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일본에 가기 전까지 그렇게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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