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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기 일본어공

2달간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문법책, 그리고 얻은것(2)

그 외에는, 어렸을 때에 아버지께서 취미의 일환으로 재미 삼아 사 오셨던, 외국인을 위해서 NHK에서 만든 일본어 교육 비디오 테이프 40개짜리 가 있었다. 이왕 일본어 공부를 하는 것이고, 아직까지 한 번도 보지 않은 비디오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것도 한 번 보기로 했다. 

주인공들이 나와서 일본 생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드라마처럼 엮은 비디오로,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꽤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 비디오 역시 나는 말 그대로 ‘그냥 봤다’. 

이러한 공부들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반복해서 듣는 방법을 통해서 나는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동사 변형이나 수많은 형용사들, 한국인이 가장 안되는 인토네이션(억양)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요즘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가끔 보면서 처음 일본어 공부 할 때를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좋은 점이지만, 더 좋은 것은 한 번씩 볼 때마다 단어나 발음 하나 하나를 다시 한 번 복습하고 공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나에게 있어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일본어 공부의 원점이고, 언제든지 떠올리고 웃을 수 있는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 있는 보물이 되었다. 그리고 언어 공부에는 끝이 없기 때문에 지금 다시 봐도 소소한 인토네이션 하나까지도 공부를 하는 것이 가능하고, 만약에 내가 언젠가 일본을 떠난 지 오래 되어 일본어를 조금씩 잊어버려 간다고 해도, 언제든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면서 다시 옛날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이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이 되었다. 
그리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일본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듣기를 계속 했기 때문에, 일본에 직접 와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일본어에 큰 부담이나 위화감을 갖지 않을 수 있었다. 만약 반복 듣기를 하지 않고 왔다면, 주변에서 들려오는 일본어에 공부도 하기 전부터 부담스러워졌을 것 같다. 

한편으로 일본어책 두 권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면서, 들으면서, 외우면서 알게 된 사항들을 하나씩 확인해 가면서 이해해 가는 과정을 도와주었다. 이 두 가지 공부방법을 병행한 과정은, 나에게 일본어를 빨리, 그리고 쉽게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언어학을 공부하던 중에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오고시 나오키 교수님께서 내가 일본어 공부를 한 방법을 들으시고, ‘정말 특이한 방법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아마 책을 내도 될 것 같다’라고 관심을 가져주실 정도였다. 
언어학 교수님이 보시기에도 정석에서 벗어난 특이한 공부방법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단기간에 일본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최고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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