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뽑고싶은 인재가 되자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정보를 알아보다 보면, ‘어느 대학교 무슨 과에 가려면 몇 점을 받으면 된다’ 등등의 정보를 볼 수 있다.
나도 입시를 준비할 때에는, 끈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 저기 정보들을 알아 보고 다녔지만, 내 입시 결과와 주변 많은 사람들의 입시 결과, 또 수집한 정보들에 따르면, 결론은 ‘점수로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정말 높은 점수를 받고도 대학에 떨어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보다 훨씬 낮은 점수로 국립 대학에 붙은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수험 준비를 통해서 되어야 하는 것은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는 것이다!
막연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가장 정확한 말이다.
2007년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의 입시를 함께 해 왔다.
내가 한 것은, 물론 입시에 대비한 전반적인 공부의 계획을 짜 주고, 공부를 도와 준 것이지만, 결국 1년간 해야 했던 것은, 1년간의 준비를 통해서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대학입시도 그렇지만, 가끔 주변에서 ‘도대체 저 학생은 왜 그 대학에 떨어졌을까? 성적도 높고 흠 잡을 곳이 없는데.’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내가 아는 학생중에 한 명은, 일본유학시험 성적도 대단히 높고, 단순한 점수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공부한 폭이 넓어서, 당연히 도쿄대학교에 붙을 거라고 모든 사람이 이야기 했었다.
그학생의 일본유학시험 성적은, 일본어 370점 이상, 수학 197(전체 최고 점수), 종합 190이상이었다. 토플 PBT도 600점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책을 많이 읽고 평소에 공부도 많이 해서 일본어 작문 실력도 좋았고, 아는 것이 많다 보니 면접에도 강했다.
아무도 합격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쿄대학교 합격자 명단에서 그 학생의 수험 번호를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수험번호보다 그 학생의 수험번호를 더 여러 번 확인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때까지 몇 번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어서, 같은 대학교에 가면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부분도 있어서, 매우 아쉬웠다.
결국 그 학생은 다른 학교로 진학했다.
그학생 이외에도, 점수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받은 학생들을 여럿 봐 왔다.
왜 그학생들은 떨어진 것일까.
물론 경우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여기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점수가 높다고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점이다.
이쯤되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그렇다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고 화를 낼 정도이다.
점수가 높아도 떨어질 수도 있고, 말을 잘 해도 떨어질 수도 있고, 작문을 잘 써도 떨어질 수도 있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떨어진다면, 학교에 전화해서 왜 떨어졌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황당한 노릇이다.
나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험생들을 여럿 보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
그래서 나온 결론이 바로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가 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해야 할 것은, 단순히 점수를 끌어 올리고, 면접을 준비하고, 끊임없이 논술을 준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대학에서 원하는 학생, 대학에서 뽑고 싶은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자주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자’라는 말을 듣는다.
수많은 공부방법 책에도 자주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 출제자의 입장이 되어봐라’라고 써져 있다.
지겹도록 듣는 말이지만, 지겹도록 듣는 만큼 중요한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 말 만큼 애매모호한 말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애초에 우리는 남의 입장을 알 수가 없다. 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자.
일본 대학에서 유학생을 뽑을 때 주의하는 것은, 우선 ‘외국인 학생들이 이 학교에 들어와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언뜻 들으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일년에 ‘몇 명’ 뽑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원하는 것은, ‘우리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 한 후에, 우리학교의 이름을 빛낼 학생’을 뽑기보다는, ‘등록금을 밀리지 않고 잘 낼 수 있는 학생’, ‘들어와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학생’을 찾는 것에 주력한다.
이 이야기는 내가 주변 일본인 선생님들께도 들었던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학교의 자랑이 될 만한 학생’은 일본인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거기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에 나도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조금 기분이 이상하기도하고 나쁘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엄밀히 말해서 유학생을 많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은 ‘일본 정부’이지, ‘일본 대학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섣불리 유학생을 잘못 뽑았다가, 실제로 ‘대마초 흡입 사건’, ‘외국인 범죄 사건’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학교 이미지 상승’보다는 ‘이미지 실추’를 먼저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러한 학생의 ‘이미지’를 판단하는 것은 당연히 ‘면접’일 것이다.
뒤에서도 자세히 말하겠지만, 우선 ‘착실한’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맡은 바 일을 성실하게 하고, 공부도 착실하게 해 왔다는 이미지를 보이고, 일본어도 길에서 친구들과 사용할 일본어가 아니라,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른들과 나누어도 무리가 없을, 공손한 일본어를 사용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일본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성실성, 그리고 또 하나는 발전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원자가 대학에 들어와서 일본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해 나가는 데에 있어서, 실력, 사고력이 뒤떨어지지 않을 것인지. 교수님들은 그 부분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따라서, 일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대학에 다니고 있는 ‘일본인 학생’들이 어느 정도 수준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인지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아이들 정도의 실력이 되었을 때에, 나는 틀림없이 그 학교에 붙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일본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에는, 반드시 자기가 가고 싶은 학교에 놀러가서, 벤치에 앉아서 그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그리고 그 학생들의 스타일을 잘 관찰해 보라고 권한다.
내년에 저 학생들 사이에 내가 끼어 있다고 했을 때, 전혀 위화감 없이 저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나의 사고력이 저 아이들보다 뒤떨어질 것인지. 반대로 저 아이들 수준보다는 더 나은 실력을 내가 가지고 있어서 이 학교로는 만족할 수 없는지. 이러한 것들을 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뜻에서 추천하는 방법이다.
한국에 있는 학생들은 직접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혹시 일본에 어학교부터 유학을 할 계획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학교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도 체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