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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기 책을 읽자

일본 책을 읽자

일본에 유학을 와 있는 학생들의 고민 아닌 고민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일본에 살고 있지만, 일본 책을 별로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유학생들과 이야기 해 보니, 생각보다 읽혀지지 않고, 읽고 있을 여유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책의 좋은 점은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가능한 한 책은 많이 읽을 수록 좋다. 하지만 요즘은 한국의 대학생들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유학 생활은, 공부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고 쉬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쪼개어서, 심지어 다른 나라 말로 써져 있는 책을 읽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에 유학을 와서 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유학생에게 일본어로 된 책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일본에 온 첫 해에는, 입시 준비 하랴, 아르바이트 하랴, 일본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읽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한국에서 친구와 약속을 잡을 때에는 항상 서점에서 만나기로 하고, 지금도 한국에 들어가면 다른 곳에는 갈 시간이 없어도 서점에는 갈 만큼 책을 좋아하는 내가, 일본의 서점은 거들떠 보여지지도 않는다는 점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서점에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 번씩 지나가다 들리긴 했지만 내가 보는 책은 고작 외국어 서적이나 잡지나 실용서 정도. 일본인들이 많이 읽는 일반 책이나 문고판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한참을 쳐다 보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한 권 집어 들고 계산을 해서 집 책꽂이에 꽃아 놓지만,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평소에 아르바이트에, 공부에, 시간에 쫓겨 살기 때문에 일본 책을 읽고 있을 여유도 없다는 생각도 컸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하다가, 조금 시간이 더 지나니 조금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일본어를 못해서 그러는 걸까. 왜 전혀 읽혀 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던 중에도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대학에 입학하고도 1년 가까이의 시간이 지나갔을 때쯤 이었다. 
어느 순간 서점에 들어가서 문고판 책을 이것 저것 보면서 재미있겠다 라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일본어로 된 책을 사기 시작했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처음 읽을 때에는 세로로 써져 있는 글들에도 익숙하지 않고, 속도도 마음대로 나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극복하고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하면, 놀라울 정도로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일본어 실력도 느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일본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도 많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일본 책 읽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면, 당장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 추천해 달라는 유학생 후배들이 많다. 
쉬워 보이는 일본 베스트셀러부터 읽기 시작하는 것도 좋고, 좋아하는 소설의 일본 번역판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거꾸로,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일본 책의 원서를 찾아서 읽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읽는 것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일단 책을 골랐으면, 모르는 단어나 모르는 표현들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일단 끝까지 다 읽어 보기를 권한다. 
어느 나라 말이나 그렇지만, 그렇게 일단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나면, 언어 실력도 많이 늘고, 읽을 때의 속도도 확연하게 빨라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덧붙여,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만약 여유가 있다면, 일본 책을 한 두 권 읽어 두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면접때에 잘 묻는 질문 중에 하나가 일본어로 책을 읽어 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한 권 정도 읽어 두면 그럴 때 대답하기도 좋은 것은 물론이고, 논술 준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독서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평소에 집에서는 한국 책을 읽고, 밖에서는 일본 책을 읽는다. 개인적으로 밖에서 한국 책을 읽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도 싫었던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본 문고판은 싸고 가볍기 때문에 들고 다니면서 읽기 편해서 좋다.
아르바이트의 이동 시간이나 등하교 시간에 물론 잠깐 눈을 붙이거나 게임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지만, 그 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는 것도 좋다.
너무 짧은 시간이라 몇 장 읽히지도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자투리 시간도 합치면 꽤 큰 시간이 된다. 일주일간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어 보면, 그 동안 읽은 양을 보고 자투리 시간도 꽤 된다는 느낌을 새삼스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시간 활용은 물론이고, 일본어, 일본 사회, 문화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일본 책 읽기에 꼭 한번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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