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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기 집필이유

대학생이 시간강사?

전문학교란, 우리나라에는 아직 많이 자리 잡지 않은 개념이지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2년제 학교이다. 
조금은 다르지만, 한국의 전문대를 떠올리면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다. 
그런 곳에서 강의를 하게 되다니. 쉽게 말해서 아직 대학생인 내가 ‘시간강사’를 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대학생은 한국에서는 학원 이외의 장소에서는 강의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봤고, ‘합격’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때부터 6개월간 매주 수요일에 전문학교에 수업을 하러갔다. 
익숙하지 않은 정장에 구두를 신고, 매 수업이 끝난 후에 학생들의 출석 상황을 정리하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지도 만들고, 성적도 입력하고. 정해진 교과서도 없고, 학생들은 한국말을 하나도 못했기 때문에(한국어는 첫 부분이 어려워서 한국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흥미를 잃기도 쉽고,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수업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더욱이, 이때에 나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수요일 전문학교 수업이 끝나면, 일주일이 다 지나가 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꽤 많은 부담을 스스로에게 지운 것이다. 
계약기간 6개월 동안에, 많은 부담 속에서 전문학교 수업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어 강사’로서 내가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정말 힘들긴 힘들었는지, 얼마 전에 다시 수업 의뢰가 들어왔을 때에는 - 학교 수업과 겹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못하겠다는 답을 보냈다)

한국어 교실과 전문학교에서의 강의. 어려웠지만 조금씩 밟아 나간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던 중에, ‘요미우리 문화센터’에서 한국어 강사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바로 지원했다. 
역시 다음 단계는 면접. 2대 1의 면접을 보고 나오면서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문화센터에서의 강의. 어렸을 때에 엄마를 따라서 갔던 문화센터에서 가르치고 있는 강사들은, 어린 내 눈에는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수업도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바쁘게 생활하는 주부들이, 짬을 내서 취미 생활을 하기 위해서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서 한 분야의 공부를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아 보였다. 
그러한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것도 일본 유수의 대기업인 ‘요미우리’가 운영하는 문화센터에서?! 
실제로 강의를 시작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약 반년 후. 그 사이에 ‘대강(갑자기 수업을 못하게 된 강사 대신 수업을 하는 것)’을 한 번 했다.
그 때의 반응이 매우 좋았던지, 바로 다음 기의 수업을 맡게 되었다. 
그로부터 약 2년 가까이 진행된 문화센터 강의는 나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여기 저기 적극적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한국어 강사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면 바로 이력서를 보내 봤다. 
그러던 중에, 전화가 한 통 왔다. “좀 예전 일이기는 한데요, 한국어 강사 모집에 이력서 보내주셨죠?” “네…….” “아직 하실 수 있나요?” “네, 하고 있어요.” “수업이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아서 아직 연락을 못 드렸었어요. 
주 2~4일 아침 시간 강의인데요, 하실 수 있으세요? 롯본기에 있는 한국계 회사예요.
” ‘롯본기에 있는 한국계회사?’ 말로만 듣던 ‘기업체 강의’다. 
그것도 롯본기! 롯본기에 있는 한국 기업은 삼성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혹시… 삼성?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이든 아니든, 기업체 강의라는 생각에,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하지만, 시간은 이른 아침. 8시부터 강의를 하려면, 7시 50분까지는 도착해야 하고, 그러려면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내 건강상태로는 도저히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뭐든지 도전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다고 대답했다. 
‘아직 강의시작 전까지 두 달간의 여유가 있고, 그 두 달 동안 나의 건강을 되돌려 놓는 거야!’ 강의 시작 1주일 전에 다시 메일이 왔다. ‘2009년 전반기 일본 삼성 한국어 강좌 강사님들께 안내 메일 드립니다.’
내 예감이 맞았다. 
삼성이었던 것이다. 
그것보다, 말로만 듣던 기업체 강의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 매우 기대가 되었다. 
그만큼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 노력도 해야 하지만, 이왕 뭐든지 열심히 하기로 한 거, 최선을 다 해서 해 보는 거야! 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진행했다. 
역시 이른 아침이라 피곤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또래의 친구들도 만나고, 어른들도 만나면서 보내는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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