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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 결

일본유학을 결심하기까지

“뭐? 미쳤니?”
“농담이지?”
“제정신이야?”
조금의 과장도 없이, 이 반응 그대로가 내가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의 주변의 반응이었다.
“그래. 잘 할 수 있을 거야. 열심히 해봐.”라고 이야기 해 준 사람은 정말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유학을 간다’는 사실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일본이라서’ 문제였을까?

나는 어려서부터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너무 좋아했다.
한국말이, 한국 문화가, 한국 역사가 너무 좋았다.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인형은 놀이동산이나 외국인이 많이 오는 인사동에 가면 있는, ‘한복 입고 인사하는 새색시 새신랑 인형’일 정도였다.

고등학교 때는 “대한민국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조그마한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는지 조차 몰랐을지도 모르고, 더군다나 한국어, 한국문화, 한국역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몰랐을지도 몰라.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서 자랐다는 사실이, 이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알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너무 행복해.”라고 단짝친구한테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자 친구가 말하기를 “넌 천상 한국사람이구나. 왜 그렇게 한국이 좋을까... 이해가 안가.”라고 했다.

그렇게 지내던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막연하게 장래희망을 ‘교수’라고만 정하고, 분야조차 생각하고 있지 않던 나에게 결정적인 일이 있었다.
전학 후에 한 달 간 국어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께서 전공 선택에 조언을 해 주신 것이다.
한 달이라고 하지만 겨우 3주 정도 수업을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알고 있는 선생님이셨지만, 구체적으로 장래희망이나 진학에 관련된 상담 등은 한 적이 없었다.
그런 선생님께서 하루는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혹시 국어교육학에는 관심이 없니?
한국에는 국어교육학이 아직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여자가 학자로서 한 분야에서 성공하고 인정받는다는 것은 아직 쉬운 일은 아니야. 하지만 국어교육학은 아직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이고, 최근에 연구가 시작된 정도일 뿐이야. 학문의 선두에 선다는 사실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국어교육학은 이제 제대로 된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너의 능력과 국어에 대한 열정이라면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한 번 전공 선택의 고민을 할 때 염두에 뒀으면 해서.”
평소에는 말씀이 많지 않으신 편이셔서, 인사나 안부 정도 이외에는 대화가 그다지 없었던 선생님이셨는데,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주시고, 말씀해 주시는 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을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이후 몇 가지의 일들이 더 있었고, 결국 나의 장래 희망은 ‘국어교육학자’가 되었다.
국어교육학과에 진학을 하려고 생각했던 중에, 갑자기 ‘중등교육 이전에, 유아교육이나 초등교육에서 국어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 급선무가 아닐까?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일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수시로 대학에 진학했을 때만 해도 나는, 유학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워낙 비행기도 싫었고, 외국에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 때문에 유학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고, 더욱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국어교육학’이기 때문에 유학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갑작스럽게 우연히 가게 된 2004년 유럽배낭여행을 계기로 조금 넓은 세계에 대해서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우리 나라도 정말 좋은 나라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더 많은 것을 보고, 생각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다른 곳에도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국에서 공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대학 2년을 마친 그 때 나에게 가장 큰 고민은, 내가 대학에서 공부하려고 했던 것을 우리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점을 조금씩 알게 되어 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교수님들과 상담을 해도, 우리학교가 아니라 다른 학교에 가도 그 공부를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 하기 때문에, 유학을 가야 할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지만, 그 때까지는 유학은 생각도 해 본 적도 없고 불가능 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흘려 듣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여행을 다녀 온 바로 그 시점에서, 나는 교수님들의 말씀이 떠올랐고, 그렇다면 이것을 계기로 ‘나도 유학에 도전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께 농담으로, ‘엄마, 유학 가보면 어떨까요? 하버드 어때요?’ 하며 웃었더니, 어머니는 ‘네가 하버드 붙었다고 하면 빚을 내서라도 보내줄게’ 하셨다. 하지만, 나의 질문이 농담 반이었기 때문에, 어머니도 농담 삼아 하신 대답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진지하게 유학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 역시 부모님 두 분 다 대단히 반대하셨다.

반년을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할 것 인가. 포기해야 할까? 하지만 꼭 도전해 보고 싶다. 끊임없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여기 저기에서 정보도 모아서 알아본 후, 유학을 떠나겠다고 스스로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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