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
일단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을 내린 나는, 더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때 나의 유학 계획의 기본조건은 우선, ‘경제적인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을 뒤지고 많은 나라 문화원들을 직접 찾아가서 알아보고, 여러 유학관련 설명회도 참석해 봤다.
그 결과, 나는 3년간 다닌 대학생활을 일단 접고, 학부 입시부터 다시 해서 대학교부터 새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학원 유학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했고, 나도 많이 고민을 했다. 스물 셋.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늦은 나이는 결코 아니지만, 수험 생활을 하기에 이른 나이 또한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아르바이트로 학업이 소홀하게 된 나는 어쩔 수 없이 학업에 집중하지 못했던 만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교육대학에서 배운 것은 학문의 기본이라기 보다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술적인 면을 많이 배웠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기초부터 다시 밟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많은 외국 대학원들은 전공이 조금씩만 바뀌어도 대학원 입시가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에, 학부부터 외국에서 졸업하는 편이 대학원 이후의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교대 졸업을 1년 남겨두고 유학을 결정 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느냐는 점이 가장 중요했다. 일단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원래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유학 갈 나라를 정하는 것이었다. 알아 본 결과 일단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들을 공부할 수 있는 나라를으로 압축하는 것이 가능했다.
여기까지 후보를 압축한 후, 직접 발로 뛰면서 수많은 정보를 뒤졌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미국 - 우선,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정확하게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이 있다. 하지만, 너무 비싸다, 멀다, 그리고 조금 특이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영국 -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내가 공부할 수 있는 분야에 가까운 학과가 있다. 하지만 역시 너무 멀고, 학비가 비싸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프랑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나라인 프랑스. 프랑스어는 꽤 하는 편이지만, 가서 공부를 할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유학을 생각하기에는 아무래도 영어보다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프랑스 대입제도상, 학부부터 다시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
일본 - 일본어는 고등학교때 배웠지만, 5년 이상이 지난 지금, 언어로서는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 지리적으로 단순히 가깝다는 장점이 매우 강하다. 처음에는 이 장점밖에 느낄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일본에 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가깝다, 경제적으로 싸다, 장학금이 많다,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였다.
가깝다!
언제든지 한국에 너무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하루 만에도 올 수 있다. 유학을 결정하면서 한국으로 돌아 올 일을 생각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상하기도 하지만,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힘든 일도 있을 것이고, 우울증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정 너무 힘들고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을 때 정말 그 날이라도 우리 나라로 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비행기표가 비교적 가장 싼 나라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큰 장점이 된다고 생각했다.
싸다!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문제가 되었던 나로서는 ‘싸다’는 것 역시 최고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처음의 나를 비롯하여,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일본은 매우 비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무엇이 구체적으로 싸다는 것일까?
첫째, 학비가 싸다.
한국대학 수준이다! 일본의 학비는 물론 환율에 따라서 차이는 생기겠지만, 국립 대학의 경우, 우리 나라의 사립대학보다 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학년 수업료가 약 53만엔 정도로, 그것도 감면이나 면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인문계 사립의 경우에도, 약 70~80만엔 정도로, 한국 사립대학 중에 조금 비싼 대학을 생각하면 그다지 심하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수준이었다. 또, 사립대학의 수업료는 보통 30퍼센트까지 감면 해 준다고 한다.
둘째,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
일본은 학기 중 일주일 28시간까지 법적으로 유학생의 아르바이트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 아르바이트의 시급이 평균 1000엔인 점(도쿄의 경우, 최저 임금이 800엔대-2011년 현재-이지만, 1000엔 이상 주는 곳도 가끔 있기 때문에 계산하기 쉽게)을 생각했을 때, 4주간 112000엔의 수입은 법적으로 허용되는 수입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 아르바이트도 가능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과외를 계속 해 왔기 때문에 과외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일본에는 한국인이 많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게 어렵다면 한류로 인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일본 사람들을 가르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일반 아르바이트 보다는 과외의 수입이 많을 것이고, 그렇다면 한국에서 내가 지금까지 생활해 왔던 방식과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일에 관한 한 어느 정도 쉽게 적응을 해서 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장학금이 많다.
일본은 학비 감면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이 많아서 장학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또 나에게 아주 중요한 점으로 다가왔던 것은, 일본에서는 일단 입다물고 있으면 외국인인 사실을 모를 것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우리 나라 사람 눈에는 한국인이나 일본인, 중국인을 한 눈에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통 일본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한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나는 매우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민감한 편이다.
유럽 여행을 가면, 시골일수록 동양인들을 보면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일상생활에서 항상 나의 ‘존재 자체’로 사람들의 눈을 집중시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나의 일본어 실력은? 바닥에 가까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고등학교에서 조금 공부 한 후, 벌써 5년 넘게 지났다.
일본어는 물론 다 잊어버린 상태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도, 복합 동사가 나온 다음부터는 공부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바닥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당한 표현이었다. 할 수 있는 말은 일본어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말 할 수 있는, ‘오하요, 아리가또, 곤니찌와 오겡끼데스까’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가 실제로 일본에 가서, 보통 일본 유학의 흐름인 ‘어학연수 1년-대학 진학’에 맞춰서 공부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바닥인 내 일본어 실력으로 사실상 반년 정도(보통 4월에 일본어 학교 수업이 시작되어서 일본 유학 시험은 6월과 11월에 있고, 대학교 입시는 9월 정도에 시작된다)의 공부를 통해서 대학에 진학할 정도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가능할까.
이 점 역시 매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유학 자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다른 외부적인 문제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노력해서 될 수 있는 것은 무슨 일이든, 어떤 노력이든 기울인다는 생각이었다.
일단 일본어에 대한 걱정은 나 자신을 믿고 미뤄 두기로 했다. 우선은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장점들이 있으니까, 유학에 심하게 반대하고 있는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