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일본어학교 레벨테스트

레벨테스트와 수업시작

일본에 온 지 1주일도 안되어서 어학교의 레벨테스트를 봤다. 
듣기를 계속 한 결과 듣기에서는 꽤 좋은 성적이 나왔지만, 한자의 요미카타(일본어식 읽기)를 모르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성적은 높지 않았다. 
듣기와 읽기 테스트가 끝난 후 면접이 있었는데, 교무실에 내가 들어가자, 가까이에 계시던 선생님께서 이리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쪽으로 가려던 순간, 저 쪽에서 한 선생님께서 ‘아! 그 학생은 제가 면접 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나를 그쪽으로 부르셨다(이 어학교에서는 레벨테스트를 정해진 어느 날 몇 시에 전체적으로 치는 게 아니라, 약 3일 간의 기간 동안, 자유롭게 와서 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면접도 그 때 그 때 교무실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봤다). 
기본적인 질문을 몇 가지 한 다음에 그 선생님께서 나에게 “영어는 어느 정도 해요?” 라고 물어보셨다. 
대뜸 영어라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기에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일본어랑 영어 중에서 뭐를 더 잘 해요?” 라고 물어보시기에, 주저 없이 “영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워낙 자주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면접을 끝으로 레벨테스트는 전부 끝났다. 
시험 성적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 같아서 나는 나의 ‘목표 1: 1반에 들어가기’가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슴을 졸이면서 기다리던 수업 시작 날. 
내가 가슴을 졸이면서 기다렸던 것은 ‘수업 시작’이라기보다는, ‘클래스 배정 결과’ 때문이었다. 
abk일본어학교에서는 레벨테스트 결과를 수업 시작하는 날 아침에 게시판에서 확인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레벨테스트를 친 후에는 1반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조금 들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은 저버리기가 힘들었다. 대학교 합격자 발표날이랑 비슷한 수준의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발표 게시판에 다가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1반에 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선생님이 바로 abk일본어학교 선배가 이야기 한 ‘가장 유능한 선생님’이자 ‘1반 담임 선생님’이셨고,
다른 말로, ‘학원에서 가장 입김이 센(일본어 학교 중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몇몇 학교들은 마치 입시 학원처럼 되어
 있어서, 학원 내에서 교사의 입김은 지금까지 반 학생들을 좋은 학교를 많이 보낸 것과 관련이 깊다) 선생님’이셨던 것이다. 

같은 반 다른 학생들은 전부 일본어능력시험 2급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미 1급을 딴 학생들도 반 이상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자기네 나라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온 학생들도 몇 명이나 있었다! 
당시 나는 일본어 능력시험이라는 것이 있다는 이름만 들어봤을 뿐, 어떤 시험인지도 몰랐다. 
1반의 수업 내용은 2급 문법부터 시작되었다. 
무작정 일본인 선생님은 일본어로 말하기 시작하는데, 2급 문법에, 2급 한자라니! 하지만 따라가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에, 조금씩 외우는 양도 늘려가면서 일본어 공부를 계속했다. 
하루에 일본어 수업은 9시부터 3시까지. 끊임없이 계속되는 일본어 세례에 나는 적응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내가 다녔던 ABK일본어학교는 일본어 수업이 끝난 후에 하루에 한 시간 반씩 종합과목과 영어, 수학의 수업이 있었다. 
레벨을 두 개로 나누어, 수업이 진행되었다. 종합 과목(사회)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이 과도하게 많은 프린트를 나눠 주셨다. 
하루에만 열 장 이상의 프린트를 나눠 주신 것이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다양한 내용들을 접해 놓는 것이 시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주력을 두기로 했다. 
수학 수업시간에는 기본적인 일본 유학 시험 범위의 수학 문제들을 풀었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문제집을 골라서 풀지 않아도, 학교측에서 프린트를 나눠주었기 때문에 공부 하기에 수월했던 것 같다. 
시험범위를 한번 훑어 보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영어 시간에는 주로 문법 문제들을 다루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일본 대학 시험의 본고사 영어란, 대체로 문법 문제(빈칸 넣기 등)가 많기 때문에, 많은 문법 문제를 풀어 보는 것이 좋은 대비 방법이었던 것이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