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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기 이게 일본이구나

이게 일본사회구나!

이번 기회에 꼭 다른 일에 도전해 보겠다는 굳고도 절실한 마음을 담아서 열심히 이력서를 썼다. 
1~2주 후에 전화가 한 통 왔다. 
“윤쌤 씨죠? ‘아시아 학생 문화 협회 아시아 세미나’인데요, 면접을 봤으면 하는데요, 시간 괜찮으시나요?’ 드디어! 최선을 다해서 면접을 봤다.

대학 면접도 보고, 장학금 면접도 보아 봤지만, ‘일을 위한 면접’은 역시 조금 느낌이 달랐다. 
원래 면접에서 긴장하는 편은 아닌데도 불구하고,“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편하게 이야기 하듯이 말씀 나누시면 돼요.” 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물론 ‘그냥 하는 인사말’일 수도 있지만, 그 말에 정말 길게 숨을 내 쉬고 자리에 앉았다. 
약 20~30분의 면접이 끝나고 나오면서, “꼭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잘 부탁 드립니다. 연락 드릴게요.”라는 말을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전에 읽었던 ‘먼나라 이웃나라’가 떠올랐다.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이 같이 일에 관련된 회의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일본 사람이 “그러면,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해서, 한국 사람들이 ‘계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했더니, 나중에 ‘죄송하지만 계약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고 한국사람들이 화를 냈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이거구나!’ 면접 자체만으로도 일본 사회에 대한 큰 공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면접만으로는 아무래도 만족할 수가 없었다. 
꼭 붙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몇 주 후에 메일로 연락이 왔다. 수업을 부탁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시급과 상관 없이, 한국어 강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은 아는, ‘재단’의 한국어 교실에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기뻤다. 

수업은 격주로 진행되고, 일본인 강사의 문법 위주 수업이 한 번, 원어민 강사의 발음 등 회화 위주의 수업이 한 번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발음 위주로, 회화 위주로 수업을 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직 정식 경험이 없기 때문에, 베테랑 선생님의 수업을 두 번에 걸쳐서 듣고 연구를 하라고 했다. 
돈도 벌 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연수를 시작했다. 
드디어 나도 ‘한국어 강사’다! 일본에서, 그것도 공인 받는 한국어 학원에서 수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업도 격주이기 때문에, 그리고 발음 교정을 중심으로 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크게 부담은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수업을 해 나가면서 조금씩 공부도 하고 경험도 쌓고 경력도 쌓아서 문법 설명도 할 수 있는 한국어 강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한국어 강사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런데, 역시 모든 일이 처음부터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다. 얼마 안 가서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엔 발음만 교정해 달라고 했던 학원측에서, “학생들로부터, 교과서 읽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불만이 들어왔어요.
준비를 조금 더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프린트도 좀 준비 해 주시고요. 
가능하면 베테랑 선생님 수업도 매주 견학하면서, 작성한 교안도 매주 교정 받으면서 하면 어떨까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발음만 교정해 주면 된다고 했던 말은 대체 어디로 간 건지. 
격주로 두 번. 한 달에 네 번 있는 수업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하고 노력할 여유는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학생이기 때문에 학교 공부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데……. 
외국인에게 한국어 문법을 설명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 ‘하다’는 ‘해서’가 되고, ‘오다’는 ‘와서’ 가 되는지를 설명해 주어야 하는것이 한국어 문법이다. 
우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쓰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것을 잘 모르지만, 외국인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면 영어나 일본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렵고, 외울 것도 많은 것이 한국어 인 것이다. 
도저히 그런 걸 준비할 시간은 없다. 시간도, 마음도 너무 부담이 된다. 그러면… ‘에잇, 그냥 다 때려 치워 버려?’ 라는 생각이 너무 간절하게 들었다. 
새로운 도전은 무슨, 그냥하던 대로 하면서 돈 벌고, 학교 공부나 하지 뭐. 직감적으로,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는 앞으로의 내 일본 생활을 크게 좌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 ~3일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은, “일단 지금은 부담이 많이 되지만, 그토록 원했던 ‘새로운 길’이기 때문에, 되는 데까지 노력해서 부딪혀 보자!”였다. 
그때부터 최선을 다해서 수업을 준비했다. 
교안도 짜고, 프린트도 만들고. 처음에는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단순한 자료를 찾는 것과, 프린트를 직접 만드는 것과는 노력과 부담이 질적으로 달랐다.
‘어떤 내용의 보충교재를 준비하면 학생들이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까? 더 오래 기억에 남을까?’ 등등. 수업은 2주에 두 번 이었지만, 머릿속은 거의 매일 수업준비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한 두 달 지나면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긴 나는, 지금까지의 경력을 디딤돌로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학원강사 경력이 없을 때에는, 이력서를 보내도 일을 시작하기가 어려웠지만, 경력이 생기고 나니 이력서를 보내서 면접을 하고, 수업을 결정하는 일들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러던 중, 또 한 통의 메일이 왔다. 
학원의 동료 선생님부터의 메일이었다. 
내용인즉,“지금 가르치고 있는 곳이 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하게 된 수업이 있어요. 
윤쌤 선생님이 가능하면 맡아 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것이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할 수 있는 시간대였다. 적혀져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해 보니, 웬걸! 전문학교의 한국어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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