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학 시험
일본은 일반적으로 사립대학교에 비해서 국립대학교의 입시가 매우 늦다.
도쿄대학 외국인 특별전형도 마찬가지로, 1차 발표가 1월 중순에 나고, 2차 논술이 2월 중순, 면접이 3월 중순에 있고, 발표는 3월 25일, 불과 수업 시작 10일 전 이었다.
일본 대학 중에 가장 늦은 입시의 학교인 것이다. 도쿄대학교에 관해서는 abk일본어학교 선생님한테 항상 무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까지 도쿄대학에 합격한 학생은, 부모 중에 한 명이 일본인이거나, 부모가 일본에서 유학을 해서 일본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거나, 어릴 때 일본에 살았던 사람들 이었어요. 그 이외의 사람은 한 번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어요. 더군다나 윤상은 여기와서 일본어를 하기 시작해서… 일본어가 조금 문제네요. ” 이런, 하지만 도쿄대학교에 도전하려고 일본까지 온 마당에, 이런 말들은 무시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선생님께서는 마지막에 ‘그래도 열심히 한번 노력해 보세요.’라는 말은 잊지 않으셨지만…….
도쿄대학교 1차 입시에는 한국의 대입 수학능력시험 성적, 고등학교 내신, 추천서, 토플, 일본 유학시험 성적 등이 들어간다.
여러가지 말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인 성적에 관해서는 도쿄대의 선생님들께 여쭤봐도 알 수 없다는 말씀만 하시는데, 일단 몇 년 간의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1차 성적은 일단 어느 정도 이상이면 합격한다는 점과, 나머지는 2차 논술과 면접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던 1차 합격자는, 1월 중순쯤에 우편으로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보통 학교나 장학금 합격자 발표를 우편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합격일 때에는 이후 수속이나 안내에 관련된 자료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두껍고, 떨어졌을 때에는 그냥 간단히 ‘불합격’이라는 종이가 한 장 들어있어서 얇은 경우가 많다.
우체부 아저씨께 편지를 받은 순간 우편물이 얇아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급하게 뜯어본 결과, ‘1차 시험 합격’이라고 써져 있었다.
너무 기쁜 마음에 한바탕 환호성을 치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 후에, abk일본어학교 선생님께도 전화를 드렸다.
이미 어학원의 수업은 거의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논술이나 면접에 대한 준비를 어학원에서 할 수는 없었지만, 이미 와세다 대학교 입시를 위해서 면접 준비를 해 두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연습을 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2차 논술 시험 날이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은 도쿄대의 상징인 ‘아까몬(‘빨간색 문’이라는 뜻)’ 앞의 ‘아까몬 종합 연구동’이라는 곳에서 논술 시험을 쳤다.
시험 시간은 3시간. 문제는 2문제였다.
문제의 내용은
1. 교육에 있어서 ‘칭찬’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논하시오.
2. 사회에 있어서 ‘경쟁’과 ‘협력’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서 논하시오. 였다.
학부와는 크게 상관없이 문제를 제출하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의 전공도 교육학이었고, 평소 관심도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1번을 답하는 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지만, 2번은 어떻게 써야 할 지 조금 난감했다. 한참을 고민한 후에 2번의 답안을 썼던 기억이 있다.
논술이 끝나고 한 달 후, 3월 중순에 면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