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처음에는 ABK일본어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월 45,000엔의 방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어서, 한 달 방값이 3만엔 정도로 살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결국 돈을 아끼기 위해서 사설 기숙사로 옮겼지만, 여러 우여곡절 끝에 결과적으로는 더 손해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일반집을 빌려서 들어갔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은 외국인에게 집을 잘 안 빌려 준다.
하지만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들이 하는 부동산에서 싼 집을 찾아서 들어갔다.
방값은 쌌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있는 것. 40년 된 일본 전통 목조 건물이었던 그 집은 너무 추웠다.
10월에 이사를 해서 한겨울을 그 집에서 지냈는데, 바람이 솔솔 세어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요, 춥다 춥다 못해 샤워를 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하루는 욕실 온도를 재어보았더니, 3도였다. 노천탕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샤워 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지만, 그 집에 사는 동안에는 샤워를 하기 싫어서, ‘오늘 꼭 샤워 해야 하나? 한 번도 안 나갔는데...아...’하면서 매일매일 고민하고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다.
집 안이 그렇게 춥다 보니, 집 밖보다 집 안이 더 추웠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집안에서는 아무래도 밖에서 입는 옷보다는 가볍게 입고 있는다는 점(물론 위 아래 두 세벌씩 껴 입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집 안에서 활동에 불편한 패딩을 입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과, 1층이었던 집 안에는 햇볕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직사광선을 받을 수 있는 바깥보다 추운 것은 당연한 것 이였다.
또, 일본 집들은 거의 다 그렇다지만, 40년 된 목조 건물에 새어 들어오는 외풍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그 집에서 사는 동안에 추워서 운 적도 많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 추위는, 사람이 참아낼 수 없을 정도의 추위라고 생각되었다.
주거비 이외에 가장 돈이 많이 나가는 것은 식비였다.
나는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주말에 싼 장이 설 때(도쿄 한 가운데에서도 아직도 옛날처럼 이런 시장이 있다) 일주일 치 야채 등을 한꺼번에 사 놓고 무조건 집에서 먹고, 점심은 도시락을 싸 가서 먹었다.
학원에 있을 때나 과외를 다닐 때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간식은 엄두도 못 내고, 아무리 목이 말라도 음료수를 사 먹을 생각은 해 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한 달에 식비 약 1만 엔으로 생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