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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 일본입

드디어 일본입성!

계획에서 준비, 그리고 출발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서 드디어 2005년 4월에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두 세 달의 공부 끝에, 당시 나의 일본어 실력은 비행기 안내방송을 반정도 알아듣는 정도였다.

 일본 도착 3일 후 쯤 동네 주변을 구경하다 길을 잃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코마고메(도쿄 야마노테선이 지나가는 역의 하나. 내가 살고 있던 곳)와 도꼬데스까(코마고메 역은 어디예요)?’라고 물어봤더니, 그 사람이 나에게 영어로 대답해 줬다. 그때는 ‘아니, 한 마디 밖에 안 했는데 뭐가 얼마나 이상하다고 영어로 대답해주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때 내 실력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여하튼, 그 때의 나의 일본어는 그 정도의 레벨이었다.

 

힘들게 짐을 옮겨 놓고, 일본에서의 첫 밤이 되었을 때, 적막함과 쓸쓸함이 몰려왔다. 핸드폰도 없으니 부모님께 전화를 드릴 수도 없고, 인터넷도 안되고. 하지만 일본 도착 이후 얼마간은, 집에 있는 시간에는 너무 조용히 있는 것이 적막해서 무조건 텔레비전을 틀어 놨었다. 영화나 인터넷 등에서 본, 먼 나라 연예인으로만 생각되었던 사람들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인터뷰하고, 방송 진행하는 것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언어 자체도 잘 몰랐고, 그 사람들도 얼굴밖에 모를 때였기 때문에 재미는 없었다. 
어학교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약 1주일 간의 시간이 있었다. 

ABK일본어학교 기숙사는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1주일 동안 나는 일단 주변에 있는 시장에 구경도 가 보고, 때마침 집 앞 공원에 피어 있는 벚나무 밑에서 앉아서 벚꽃 구경도 하면서 지냈다. 멍하니 벚꽃을 보고 있으니,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 몇 명이 뛰어 들어왔다. 
뭔가 대화를 하는데, ‘아, 저 아이들만큼만 일본어를 잘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많은 유학생들이 처음 일본에 왔을 때에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나랑 같은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아는 사람도 없고, 적막한 하루 하루가 지나갔지만, 나름대로 같은 기숙사에 살고 있던 외국인들과 서로 서로 익숙하지 않은 일본어로 한 마디 한 마디 이야기를 해 가면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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