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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기 일본이란

일본은 가깝다!

많은 사람들에게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일본에서 직접 대학을 다녀보니까 어떠세요? 
원래 생각했던 거랑 비교해서 해 볼만 한가요?”이다.
처음에 내가 일본유학을 결정할 때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던 것들을 바탕으로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가깝다 
물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거리가 가까운 것은 생각했던 것 그대로, 아니 그 이상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한 달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평소처럼 밤에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생과 메신저에서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갑자기 너무 한국에 가고 싶어졌다. 평소에는 그런 생각을 거의 못했던 나로서는 혼란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어떻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한국에 가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에 온 지 일 년 하고 한 달이 지난 후의 일 이었다. 그전까지는 방학때만 잠깐 돌아갔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8월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너무 한국에 가고 싶어진 나는, 고민한 결과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입국관리소에 가서 변경된 비자를 받고 (어학연수 기간의 비자는 1년짜리였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한 후에 비자를 다시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재입국허가서 (일본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일시 출국했다가 입국할 때에 필요한 증명)도 받았다. 

하루 만에 비행기표도 예약하고 다음날에 한국에 갔다. 
공부하겠다고 유학을 간 학생이 갑자기 한국에 들어오고 싶다고 들어오는 게 말이 되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이고, 집도, 가족도 한국에 있다. 외국에서 혼자서 살다 보면 갑자기 미친 듯이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이다. 
주변에서 간혹, 아니 자주 “나 정말 한국에 가고 싶어. 근데 성공하기 전까진 절대로 안 들어갈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아니 사실, 보는 정도가 아니라, ‘많다’. 물론, 용기 있게, 그리고 마음을 강하게 먹고 최선을 다해서 유학생활에 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힘들 때에 억지로 참지 말고, 한번 한국에 다녀 옴으로서 마음도 편해지고, 다시 열심히 유학생활을 해쳐 나갈 힘을 얻고 온다면, 비행기 값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사실, 억지로 참고 생활하다 보면, “한국 안가는 대신에 맛있는 거 한번 사먹자, 맥주 한잔 하자.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사는 거야!” 해서 결국은 돈이 비슷하게 드는 경우도 있다. 
그도 그럴것이, 일본에서는 한국에 한 번 다녀오는데 비행기 값이 약 2,3만엔 밖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성수기에는 매우 비싸지만, 학생이기 때문에 성수기를 잘 피해서 예약을 한다면, 만엔 대에 한국에 다녀올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가깝다는 장점은 쉽게 다녀올 수 있다는 사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인과 한국인과의 관계도 가깝다는 점도 장점이다. 
처음에 예상했던 대로, ‘한류’가 인기를 몰고 있는 일본에서의 생활은 많은 장점을 가져온다. 
한국어 강사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알게 된 아주머니가 한국 연예인의 팬이라서 반갑게 말을 건다는 등의 예가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학생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의식주’의 하나인 ‘식’!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과 함께, 일본에서의 ‘한국음식 대유행’의 덕분에, 한국슈퍼 이외의 일반 슈퍼에서도 판매하는 한국 음식의 재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쿄의 경우, 동네마다 한국음식점이 하나씩은 있어서, 정 한국음식이 많이 먹고 싶을 때에는, 한국 음식점에 가서 먹으면 된다. 

이 점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가에 관해서는 유럽 여행을 다녀 온 후에 느낄 수 있었다.
유럽에 유학중인 친구를 만나러 간 나는, 친구들이 유럽에서 ‘한식’을 먹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었다. 
쌀은 팔지 않아서 근처의 동남아시아 슈퍼에서 사다 먹고, 밥솥도 팔지 않아서 한국에서 전기밥솥을 가져왔다고 했다. 
자장면 한 그릇이 먹고 싶으면 한 그릇에 약 2만원 정도 하는 자장면을 옆 동네까지 가서 사 먹어야 된다고 한다. 
물론, “그 나라 갔으면 거기서 적응하고 그 나라 음식 먹으면 되지, 뭘 그렇게 한국 음식 찾아 다니냐? 
그시간 있으면 공부나 하지.” 라고 냉정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서, 성장기를 한국에서 보낸 학생들에게 ‘밥 힘’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다. 
한 달 배낭여행을 가도 ‘밥’과 ‘라면’을 챙겨가는 한국 사람들이다. 
“김치나 국이 없으면 밥도 먹은것 같지 않아”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아직 많다. 
더욱이, 몇 년을 두고 외국에 가서 살 때, 한국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가! 나도 그 사실을 유럽에 가서 새삼스럽게 느낀 것이다.
기본적으로 ‘밥’이 주식인 일본에서는, 일본 음식을 사 먹는 데에도 거의 위화감을 느낄 수 없다. 
마늘이 아닌, 간장을 주요 양념으로 사용하는 일본음식은 한국사람들에게는 느끼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냄새가 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밥을 먹기 때문에, 먹는 음식의 대부분은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자장면이 먹고 싶으면, 코리아타운이 형성되어있는 신오쿠보에 가서 사 먹으면 된다. 점심때 가면 보통 500엔(약 6천 원)이면 자장면이든, 비빔밥이든 먹을 수 있다. 한류 붐 이후에는 더더욱 한국 음식을 먹기가 쉬워졌다. 동네 슈퍼에서도 고추장을 팔고, 한국 떡도 파는 곳들도 있다. 음식에 관한 스트레스를 거의 느낄 수가 없다는 점은, 힘든 유학생활에 든든한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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